꾸준히 달리면서 잠이 달라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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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끈을 다시 묶는 작은 습관이 이렇게 하루를 바꿔 놓을 줄은 그때는 몰랐습니다. 새벽 공기는 아직 차가웠고 강변에는 뛰는 사람보다 천천히 걷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가끔 강물 위를 스치는 바람 소리와 자전거 지나가는 소리만 들릴 뿐, 도시가 완전히 깨어나기 전의 시간은 늘 조용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잠을 잘 자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루가 너무 무겁게 느껴져서 몸이라도 조금 움직여 보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대리운전을 마치고 늦게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몸은 피곤한데도 침대에 누우면 머릿속은 오히려 더 바빠졌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 내일 해야 할 일, 사소한 걱정들이 하나씩 떠오르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 깊어져 있었습니다. 달리기보다 먼저 바뀐 것은 아침이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특별한 변화가 없었습니다. 천천히 뛰고 돌아와 샤워를 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평범한 일상이 이어졌습니다. 숨이 조금 차고 다리에 약간 피곤함이 남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이상하게 발걸음은 계속 강변으로 향했습니다. 새벽마다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사람들이 하나둘 눈에 익기 시작했습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아주머니, 빠르게 걷는 중년 부부, 늘 같은 벤치에서 스트레칭을 하던 어르신까지 얼굴은 몰라도 서로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습니다. 봄에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먼저 들렸고, 여름에는 강물 냄새가 조금 더 짙게 느껴졌습니다. 가을에는 낙엽이 운동화 밑에서 바스락거렸고, 겨울에는 길게 퍼지는 입김을 보며 천천히 몸을 풀었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같은 자리에서 계속 보다 보니 하루가 조금씩 규칙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무렵에는 몰랐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밤이 조용해졌습니다 몇 주가 지나자 작은 변화가 하나 생겼습니다. 침대에 누우면 예전처럼 오래 뒤척이지 않는 날이 조금씩 늘어난 것입니다. 예전에는 피곤할수록 오히...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쳤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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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복도에서 들려오던 발자국 소리에 괜히 고개를 들던 때가 있었습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도 아니었는데 손님이 오셨나 싶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발소리는 늘 옆 사무실 앞에서 멈췄고, 복도는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그 짧은 몇 초가 이상하게 길게 느껴지던 시절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김포 신도시에서 작은 공간을 운영하던 때였습니다. 아침이면 가장 먼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바닥을 닦았습니다. 물걸레를 밀고 나면 은은한 세제 냄새가 사무실 안에 남았고, 커피 한 잔을 내려놓은 뒤 예약표를 펼쳐보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예약표가 빼곡해서 시간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빈칸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몸은 특별히 아픈 곳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의자에서 일어나는 일이 힘들었습니다. 해야 할 일은 알고 있었지만 마음이 먼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조용해진 거리와 길어진 하루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거리 분위기는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갔고, 예전처럼 가게 앞에서 오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점심시간이면 북적이던 골목도 어느새 한산해졌습니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건너편 카페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커피잔을 들고 웃는 모습도 보였고 노트북을 펴놓고 일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풍경이 마치 유리창 너머 다른 세상처럼 멀게 느껴졌습니다. 예약 시간까지 한참 남은 날에는 괜히 시계를 자주 보게 됐습니다. 십 분이 지난 줄 알았는데 겨우 삼 분이 흘러 있던 적도 많았습니다.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말을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가 짧다고 느꼈는데 그 시기에는 하루가 너무 길었습니다.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저녁이 되면 이상하게 지친 느낌이 들었습니다. "몸이 힘든 날보다 마음이 무거운 날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한마디 안부가 크게 들리던 날 가끔 단골 고객이 찾아오시...

달리면서 처음 무릎 통증을 느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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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는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새벽 공기는 차가웠고,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천천히 흩어졌습니다. 멀리서는 자전거 바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고, 달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일정한 박자로 이어졌습니다. 그 시간의 한강은 늘 조용했지만 이상하게도 혼자 있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어폰도 끼지 않고 몸을 조금씩 풀어가며 천천히 뛰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가볍게 움직이는 날이라 기분도 괜찮았습니다. 숨도 편했고 다리도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조금 더 멀리 가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작은 신호를 그냥 넘겼던 순간 몇 킬로미터쯤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왼쪽 무릎에서 아주 작은 느낌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프다고 하기에는 애매했고, 그냥 잠깐 뻐근한 정도였습니다. 운동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같은 자리가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통증이 갑자기 심한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습니다. 몸은 계속 앞으로 가는데 마음은 자꾸 무릎 쪽으로 향했습니다. 앞에서 달리던 사람들은 일정한 속도로 멀어져 갔습니다. 누군가는 가볍게 팔을 흔들며 지나갔고, 또 다른 사람은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데 나만 조금씩 속도가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조금 참으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그냥 뛰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기록을 조금 더 늘리고 싶은 마음이 몸보다 앞서 있었습니다. "몸은 생각보다 먼저 알고 있었는데, 그때는 제 욕심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강변 벤치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결국 벤치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잠깐만 쉬었다 가자는 마음으로 앉았습니다.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했지만 마음은 조금 무거웠습니다. 물 한 모금을 천천히 마시며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데 달리던 한 사람이 발걸음을 늦추...

야간 마라톤이 낮과 다르게 느껴졌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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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 시가 가까워질 무렵이었습니다. 낮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한강 둔치가 조금씩 조용해지고 있었습니다. 출발 장소만 환하게 밝았고 그 밖은 금세 어둠이 길을 덮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날은 대회에 참가한다는 느낌보다 하루를 모두 마친 사람들이 다시 한 번 길을 나서는 것 같은 분위기가 더 강했습니다. 낮과는 전혀 다른 출발선의 분위기 참가자들은 하나둘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웃으며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지만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작았습니다. 낮 대회에서는 사회자의 음악과 안내 방송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면, 야간 마라톤은 모두가 조용히 자기 호흡을 준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 운동화가 아스팔트를 두드리는 소리가 길게 이어졌습니다. 낮에는 응원 소리가 먼저 귀에 들어왔는데 그날은 발소리와 숨소리가 더 크게 들렸습니다. 강물은 까맣게 흐르고 있었고 가로등 불빛이 물 위에서 길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멀리 다리 위를 지나가는 자동차 불빛까지 더해지니 평소 자주 달리던 길도 처음 보는 장소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둠 속에서는 내 호흡이 가장 크게 들렸습니다 조금만 앞사람과 거리가 벌어져도 혼자 달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어둠 속에서 작은 헤드랜턴 불빛과 가로등 아래 움직이는 그림자만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낮에는 강변 풍경을 보며 달렸는데 밤에는 자연스럽게 내 호흡과 발걸음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작은 자갈을 밟는 소리, 바람이 강물 위를 스치는 소리, 멀리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까지 평소보다 선명하게 들렸습니다.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야간 마라톤은 몸보다 귀가 먼저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은 응원이 오래 남았습니다 중간 급수대에 도착했을 때 자원봉사자 한 분이 웃으며 물을 건네주셨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평범한 말이었는데 그날은 유난히 크게 들렸습니다. 한동안 사람 목소리보다 바람 소리만 들으며 달렸기 때문인지 그 한마디...

장거리 달리기에서 체력이 무너졌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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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컨디션 좋아 보이시네요." 출발선 근처에서 누군가 웃으며 건넨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날 새벽 한강 둔치에는 사람들 목소리가 조용히 섞여 있었습니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아 강물 위에는 옅은 안개가 남아 있었고, 바람도 세지 않았습니다. 달리기 하기 딱 좋은 날처럼 보였습니다. 출발 전에는 누구나 자신감이 있어 보였습니다. 신발끈을 다시 묶는 사람,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 물 한 모금을 마시는 사람까지 모두 표정이 밝았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몸도 가볍고 기분도 좋았습니다. 오늘은 끝까지 무난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초반에는 모든 것이 쉬워 보였습니다 출발 후 한동안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강변을 따라 늘어선 나무들은 새벽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색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자전거 벨 소리가 들렸고 강물에서는 특유의 물 냄새가 은은하게 올라왔습니다. 옆 사람들과 속도를 맞추며 달리는 것도 기분 좋았습니다. 급수대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자원봉사자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참가자들은 손을 흔들며 지나갔고 어떤 사람은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분위기 자체가 밝았습니다. 긴 거리라는 사실조차 잠시 잊을 정도였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장거리 달리기에서 가장 힘든 순간은 출발할 때가 아니라 어느 정도 지나고 난 뒤에 찾아온다는 것을 말입니다. 체력은 갑자기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지점을 지나면서 조금씩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숨은 아직 괜찮았습니다. 다리도 크게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먼저 무거워졌습니다. 조금 전까지 즐겁게 달리던 길이 갑자기 길게 느껴졌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강변 길을 바라보니 아직도 가야 할 거리가 많아 보였습니다. 햇빛도 점점 강해졌습니다. 모자 챙 아래로 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운동복은 등에 달라붙었습니다. 팔을 흔드는 것도 전보다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