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며 처음 몸이 버겁다고 느낀 순간
그날은 그냥 평소처럼 달리기 대회에 나갔습니다. 크게 기대한 것도 없었고, 그냥 몸 상태 괜찮으면 끝까지 잘 가보자 그런 완주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출발선에 서니까 분위기가 좀 다르더라고요. 사람들 많고, 다들 긴장도 하고, 괜히 저도 같이 들뜨게 됐습니다.
솔직히 저는 달리기에서 선택 하나가 그렇게 크게 남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그날 컨디션 따라 가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좀 달랐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이 빠르게 나가니까 저도 모르게 따라붙었습니다.
초반 몇 킬로는 진짜 괜찮았습니다. 몸도 가볍고, 숨도 아직 여유 있었고요. 주변 사람들이랑 비슷하게 달리고 있다는 게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늘은 좀 잘 풀리나 보다’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게 이미 조금 빠른 속도였다는 걸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순간이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리듬으로 갔어야 했는데, 그걸 놓쳤습니다. 그냥 분위기에 휩쓸려서지요.
한 10km쯤 지나면서부터 느낌이 이상해졌습니다. 다리는 아직 괜찮은데, 숨이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숨이 차는 게 아니라, 숨이 안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속도를 조금 줄이려고 했습니다. 근데 이미 늦은 느낌이었습니다. 한번 올라간 리듬이 쉽게 안 내려오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제가 달리는 게 아니라, 그냥 끌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순간부터는 주변이 잘 안 보였습니다. 그냥 숨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옆에서 지나가는 사람들 발소리만 들리고, 저는 제 호흡만 계속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날은 끝까지 갔습니다. 포기하지는 않았는데, 솔직히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버티면서 끝까지 간 느낌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게 제가 가장 후회했던 달리기 선택이었습니다. 무리해서 빨리 간 것보다, 제 속도를 놓친 게 더 크게 남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을 따라간 순간보다 내 리듬을 잃은 순간이 더 길게 남습니다.
그 이후로는 달리기를 할 때 조금 달라졌습니다. 누가 옆에서 빨리 가든, 분위기가 어떻든, 일단 제 호흡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괜히 앞서려고 하지 않고, 그냥 내가 갈 수 있는 속도로 가는 게 편해졌습니다.
요즘은 달리기할 때 초반에 더 천천히 갑니다. 예전에는 초반에 힘이 남아 있으니까 괜히 더 쓰려고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아껴둡니다.
꾸준히 달리다 보니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빠르게 시작하는 것보다, 끝까지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요. 그게 기록보다 더 오래 남는 느낌이었습니다.
가끔 그날 생각이 납니다. 괜히 따라갔다가 힘들었던 그 느낌이요. 근데 또 그 경험이 있어서 지금은 덜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비슷한 순간들이 다른 날에도 이어지더라고요. 그 흐름이 계속 연결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함께 보면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