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서 처음 무릎 통증을 느낀 날
50km 마라톤을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오래 뛰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50km라고 해도 결국은 거리 문제 아닌가 싶었거든요. 천천히 가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출발선에 섰습니다. 그날 아침 공기가 좀 차가웠는데, 사람들 모여 있는 분위기가 묘하게 들떠 있어서 저도 괜히 괜찮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처음 몇 킬로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달려 갔습니다. 몸도 가볍고, 옆에 있는 사람들 페이스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게 시작일 뿐이라는 걸요.
한 20km 넘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이상하게 다리가 아니라 발바닥이 먼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조금 불편한 정도였는데, 점점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찌르는 느낌이 올라왔습니다.
그때부터는 뛰는 게 아니라 버티는 느낌이었습니다. 물을 마셔도 갈증이 바로 풀리지 않았고, 목이 마른 상태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앉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진짜 계속 올라옵니다. ‘여기서 잠깐만 쉬면 안 되나’ 이런 생각이요.
근데 이상하게 멈추지는 못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한 걸음만 더 가보자, 그것만 계속 생각했습니다. 옆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습니다. 말없이 걷거나, 아주 천천히 뛰거나. 그 분위기가 오히려 더 조용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순간이 제일 길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30km를 넘기면서부터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몸이 힘든 건 이미 당연한 상태였고, 그보다 생각이 자꾸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면 충분한 거 아닌가’ ‘굳이 끝까지 갈 필요 있나’
이런 생각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몸이 힘든 건 참고 갈 수 있었는데, 이 생각은 참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이상하게도 다리가 풀리는 순간보다, 이 생각이 올라올 때가 더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진짜 힘든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흔들리는 거라는 걸요.
계속 걷다가, 다시 조금 뛰다가, 또 걷다가. 그렇게 반복했습니다. 기록 같은 건 그때는 전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지금 멈추지 않는 게 전부였습니다.
40km를 넘기니까 시간이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시계를 보면 얼마 안 지난 것 같은데, 체감은 훨씬 길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길게 늘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는 주변 풍경도 잘 안 보였습니다. 그냥 발밑만 보게 되더라고요. 고개를 들면 더 멀어 보일 것 같아서, 일부러 시선을 낮추고 갔습니다.
그리고 계속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한 걸음만 더’ ‘딱 여기까지만 가보자’
그게 쌓이니까 어느 순간 또 몇 킬로가 지나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단순한데, 그때는 그게 전부였습니다.
결승선이 가까워졌을 때도 막 감격스럽거나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아 이제 끝나는구나’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몸이 먼저 반응하기보다는 마음이 먼저 내려놓는 느낌이었습니다.
다 끝나고 나서야 조금씩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뭐가 제일 힘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몸보다 마음이 더 먼저 지쳤던 것 같습니다. 계속 움직이고 있는 시간, 그게 제일 길게 남았습니다. 기록도 아니고, 속도도 아니고, 그냥 그 시간 자체가요.
그리고 그 이후로는 달리는 걸 조금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빨리 가는 것보다, 멈추지 않는 게 더 오래 남는다는 걸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요즘도 가끔 달리다 보면 그때 생각이 납니다. 힘들었던 기억인데도, 이상하게 또 생각나는 걸 보면 그게 또 다른 의미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느낌은 비슷한 경험을 해보면 더 와닿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겪었던 다른 순간들도 떠오르더라고요.
함께 보면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