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며 처음 몸이 버겁다고 느낀 순간
처음에는 솔직히 오래 달리기 할 거라고는 생각 안 했습니다. 몇 번 뛰다가 말겠지, 늘 그랬으니까요. 운동이라는 게 늘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크게 기대 안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끊기지 않았습니다. 바쁜 날도 있었고, 피곤한날도 있었는데, 어찌어찌 또 신발을 신고 나가게 되더라고요. 그게 반복되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오늘 뛸까 말까’가 아니라 ‘오늘은 언제 뛸까’로 바뀌었습니다.
그 변화가 시작된 건 아마 저녁에 집에 들어오던 어느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처럼 달리고 들어왔는데, 바로 눕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 들었습니다. 그게 좀 낯설었습니다.
예전에는 운동하고 오면 그냥 끝이었습니다. 씻고, 밥 먹고, 바로 누워버리는 그런 흐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몸이 좀 깨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물 한 잔을 더 마셨습니다. 별거 아닌데 그게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입을 옷도 미리 꺼내놨습니다. 평소에는 절대 안 하던 행동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오늘 컨디션이 괜찮았나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니까 알게 됐습니다. 달리기가 끝난 뒤의 시간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걸요.
그 변화는 크지 않았습니다. 누가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까 그게 은근히 큽니다. 하루가 마무리되는 느낌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다 보니까, 늦게 자면 다음 날이 힘들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참고 뛰었는데, 점점 그게 부담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날부터인가 자연스럽게 잠을 좀 더 일찍 자게 됐습니다. 억지로 ‘일찍 자야지’라고 마음먹은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되는 쪽으로 움직였습니다.
먹는 것도 비슷했습니다. 예전에는 저녁에 좀 무겁게 먹어도 별 생각 없었는데, 달리고 나면 그게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덜 먹게 되고, 가볍게 먹게 됐습니다.
이게 신기했던 게, 내가 바꾸려고 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냥 몸이 알아서 선택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게 오히려 더 신기하고 편했습니다.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보통 몇 킬로를 뛰었다, 기록이 얼마 나왔다 이런 얘기를 많이들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런 걸 좀 신경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크게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달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길어야 한 시간 안쪽이니까요.
대신 그 앞뒤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뛰기 전에 어떻게 보내는지, 뛰고 나서 어떻게 마무리하는지. 그게 하루 전체 컨디션에 영향을 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달리다 중간에 멈춰서서 숨을 고를 때도 비슷했습니다. 그 잠깐의 시간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습니다. 숨이 가라앉으면서 머리도 같이 정리되는 느낌이었으니까요.
그때는 몰랐는데,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서 하루 전체가 조금씩 바뀌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인생이 확 바뀌었다 이런 건 아닙니다. 여전히 피곤하고, 귀찮고, 하기 싫은 날도 많습니다. 달리기를 건너뛰는 날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전과 다른 건 하나 있습니다. 흐름이 완전히 끊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루 이틀 쉬어도, 다시 돌아가는 게 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럽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잘 뛰는 것보다, 이 흐름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꾸준히라는 말이 예전에는 좀 부담스럽게 들렸는데, 지금은 그냥 자연스러운 상태처럼 느껴집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달리기가 내 생활을 크게 바꿨다기보다는,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생활 흐름을 조금 더 정리해준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하루가 좀 덜 흐트러지는 느낌이 듭니다.
이 이야기도 이어서 보면 더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함께 보면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