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며 처음 몸이 버겁다고 느낀 순간
저는 달리기가 처음에는 그냥 땀 좀 빼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뛰고 나면 개운하고, 잠도 잘 오고. 딱 그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생각까지 바뀐다는 말은 좀 과장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이었습니다. 일이 좀 꼬였던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머릿속이 계속 복잡하게 돌아가고, 같은 생각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그냥 들어가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신발부터 운동화로 바꿔 신었습니다. 길게도 아니고, 그냥 짧게라도 잠깐 뛰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뛰면서도 계속 머릿속에 생각이 따라왔습니다. 아까 있었던 일, 해야 할 일, 괜히 신경 쓰이는 말들. 발은 움직이는데 머리는 그대로였습니다.
그래서 ‘이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냥 집에 들어갈 걸 그랬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니까 숨이 점점 차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생각이 하나씩 끊기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이어지던 생각이 중간중간 비는 느낌이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져 발만 보면서 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갇이 이상하게 편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생각을 안 하고 있는 상태. 그게 그날은 꽤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뛰고 나서 멈췄습니다. 숨이 좀 많이 찼습니다. 허리를 숙이고 한참 숨을 골랐습니다.
그렇게 서 있는데, 아까 그렇게 답답하던 느낌이 조금 덜했습니다.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습니다. 상황은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의 느낌이 달랐습니다.
같은 문제인데, 무게가 조금 줄어든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꽤 중요한 변화였던 것 같습니다.
달리기가 생각을 없애준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잠깐 내려놓게 해준 것 같습니다. 그게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 조금씩 습관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고민이 생기면 계속 붙잡고 있었습니다. 해결될 때까지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잘 안 풀릴 때가 더 많았습니다.
요즘은 조금 다르게 합니다. 머리가 복잡하면 일단 한 번 달리려고 나갑니다. 길게 안 뛰어도 됩니다. 그냥 몸을 움직임 정도입니다.
신기하게도 그러고 나면, 같은 문제를 다시 봐도 느낌이 다릅니다. 아까는 막혀 있던 게, 조금은 보이는 느낌이 있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경험으로 느낀 겁니다. 생각을 오래 붙잡고 있는 것보다, 한 번 비워주는 게 더 편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람들 보면 달리기 하면 체력이 좋아졌다, 기록이 늘었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저도 그런 변화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숨도 덜 차게 되었고, 조금은 더 오래 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더 크게 느낀 건 다른 쪽이었습니다. 생각의 차이였습니다. 예전에는 생각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금은 중간중간 멈출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생각을 멈추는 게 아니라, 잠깐 내려놓는 느낌. 그게 생긴 게 꽤 영향이 큽니다.
그래서 요즘은 답을 찾으려고 계속 붙잡고 있지 않습니다. 막히면 한 번 나갑니다. 걷거나, 뛰거나. 그러고 나서 다시 되돌아 생각해봅니다.
그게 더 편하게 되었습니다. 예전보다 덜 답답하게 변했습니다.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도, 느낌은 확실히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런 흐름은 이어진 글을 보면 더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게 됩니다.
함께 보면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