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며 처음 몸이 버겁다고 느낀 순간
솔직히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게된 동기는 저의 건강 때문이었습니다. 몸이 너무 무거운 느낌도 있었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살도 좀 빼고 싶었고, 운동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됬습니다.
처음 한동안은 달리기 기록만 계속 봤습니다. 오늘 몇 킬로 뛰었는지, 얼마나 빨라졌는지, 숨은 덜 찼는지 그런 것들만 신경 썼습니다. 앱을 켜놓고 달리기 결과의 숫자 확인하는 재미도 조금 있었고요.
그런데 달리기를 시작하고 몇 달 지나고 나니까 이상하게 다른 변화가 먼저 느껴졌습니다.
몸무게보다 마음이 덜 급해진 느낌.
그게 제일 먼저였습니다.
기억나는 날이 하루 있었습니다. 그날은 일 때문에 머리가 엄청 복잡했던 날이었습니다. 괜히 짜증도 많았고,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이 꼬였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쉬는 느낌이 안 들었습니다. TV를 봐도 집중이 안 되고, 휴대폰만 계속 만지작거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날은 빨리 뛰고 싶은 마음도 없었습니다. 그냥 천천히 강변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뛰다가 숨이 차면 속도 줄이고, 또 조금 뛰고. 그렇게 별생각 없이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머릿속이 고요하게 조용해졌습니다.
문제들이 해결된 건 아니었습니다. 내일 해야 할 일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상황이 좋아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근데 잠깐 멀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아, 몸을 움직이면 마음도 조금 따라 움직이는구나.”
그전까지는 계속 앉아서 생각만 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렇게 있을수록 더 지쳤던 것 같습니다.
사실 달리기를 오래 했다고 해서 엄청 건강해진 건 아닙니다. 여전히 피곤한 날도 많고, 귀찮은 날도 많습니다.
어떤 날은 진짜 나가기 싫습니다. 운동복 갈아입는 것도 귀찮고, 그냥 소파에 누워 있고 싶은 날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번 나가서 뛰고 돌아 오면 기분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래도 오늘 하루를 그냥 보내진 않았구나.”
그런 느낌이 남았습니다.
예전에는 작은 일에도 마음이 급했습니다. 뭔가 빨리 해결해야 할 것 같았고, 괜히 혼자 조급해지는 순간이 점점 많았습니다.
그런데 달리기를 계속하면서 조금 생각하는 패턴이 달라졌습니다.
숨 차는 순간을 몇 번 넘기다 보니까, 일도 무조건 빨리 해결하려고만 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냥 지금 당장 안 풀려도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는 경우도 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예민해질 때는 많습니다. 그런데 예전처럼 오래 끌고 가지는 않는 느낌이 있습니다.
요즘은 운동도 다 기록으로 남는 시대라 그런지 숫자 이야기 많이 합니다. 몇 킬로를 뛰었는지, 얼마나 빨라졌는지, 심박수는 어떤지.
저도 처음에는 그런 걸 계속 봤습니다. 기록 줄어들면 괜히 기분 좋고, 느려지면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오래 기억나는 건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저녁 바람 불던 강변 길.
숨 차다가 천천히 편안해지던 순간.
아무 생각 없이 발만 움직이던 시간.
그런 장면들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특히 밤에 뛰고 들어와서 물 한 잔 마실 때 그 느낌이 좋았습니다. 몸은 힘든데 마음은 조금 비워진 느낌. 그게 생각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기록이 조금 느려져도 예전만큼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냥 꾸준히 달리기를 이어가는 게 더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이어폰 끼고 뛰는 날도 있지만, 어떤 날은 그냥 조용히 뛰기도 합니다.
그럴 때 가끔 내 숨소리랑 발소리만 들립니다. 처음에는 그 시간이 지루했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그 시간이 편해졌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오래 있다 보면 괜히 더 지치는 날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이야기하고도 집에 오면 마음이 복잡한 날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혼자 뛰고 오면 조금 정리가 됐습니다.
누가 해결해주는 건 아니었는데, 적어도 잠깐은 머릿속이 단순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면 달리기를 하며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체력보다 마음이 버티는 힘이 조금 생긴 거였습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참거나 계속 생각만 했는데, 지금은 일단 한번 움직여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뛰고 나면 조금 달라지는 순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물론 여전히 귀찮은 날도 많습니다. 어떤 날은 중간에 돌아오기도 하고, 며칠 쉬다가 다시 뛰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달리기를 완전히 놓지 않는 이유는 그런 조용한 순간이 좋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루 끝에 숨 한번 크게 쉬고 들어오는 시간.
그게 저한테는 아직도 제일 크게 남는 변화입니다.
비슷한 흐름의 이야기는 아래 글에서도 이어집니다.
함께 보면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