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며 처음 몸이 버겁다고 느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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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달리기 하는 것이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냥 사람들 뛰는 것 보면서 괜히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TV에서 마라톤 장면 나오면 다들 가볍게 뛰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래서 저도 운동화 하나 신고 집 앞 강변길로 무조건 나갔습니다. 처음 몇 분은 꽤 괜찮았습니다. 바람도 시원했고, 몸이 움직이니까 괜히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아, 나도 이제 운동 시작하는 건가 보다.” 그런 생각까지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딱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숨이 턱턱 막히더라고요. 다리는 무거워지고, 가슴은 쿵쿵 울리고, 목 안에서는 뜨거운 공기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생각보다 몸은 솔직하다는 걸요. 벤치에 앉아 숨만 고르던 날 그날 벤치 하나가 겨우 보여서 앉았는데 땀이 정말 많이 났습니다. 저는 평소에 땀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그냥 몸을 안 움직이고 살았던 거더라고요. 가만히 앉아 있는데 다리가 묵직하게 떨렸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멀쩡하게 지나가는데 저만 혼자 퍼져 있는 느낌이라 괜히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아저씨는 천천히 뛰면서 지나가는데 숨도 안 차 보이더라고요. 그 모습 보는데 이상하게 부러운 마음보다 조금 충격이 더 컸습니다. “내가 이렇게 체력이 없었나?” 처음에는 딱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몸이 갑자기 약해진 게 아니라 그냥 오랫동안 운동을 참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오래 앉아 있던 생활, 늦게 자던 습관, 대충 먹던 식사. 그런 것들이 달리기를 시작하니까 한꺼번에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는 괜찮은 척 살았습니다. 몸이 좀 무거워도 그냥 피곤한가 보다 하고 넘겼고, 숨이 차도 나이 때문인가 보다 하고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달리기는 그런 걸 숨길 시간을 안 주더라고요. 바로 표출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 힘들었던 건 단순히 체...

음악과 함께 달리기가 달라진 경험

저는 예전에는 달리면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그냥 뛰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오히려 귀에 이어폰 꽂고 뛰는 게 답답해 보이기까지 하였습니다. 달리기는 원래 숨 차고 힘든 건데 굳이 뭘 더 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저녁이었습니다. 평소처럼 공원 트랙을 돌고 있었는데 몸이 유난히 무거웠습니다. 다리는 안 올라가고 숨은 금방 차고, 괜히 집에 그냥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한 바퀴만 돌고 끝낼까 생각하다가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노래 한곡을 우연히 틀어서 듣게 됐습니다.

그날 이후로 조금 달리기가 달라졌습니다. 기록이 갑자기 좋아진 것도 아니고 엄청 빨라진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달리는 시간이 덜 지루하고 덜 길게 느껴졌습니다.

숨은 똑같이 찼는데 느낌이 달랐습니다

그날 들었던 노래가 특별한 노래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예전에 자주 듣던 평범한 노래였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 노래를 들으면서 달리니 발 리듬이 바뀌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에는 달리면서 계속 이런 생각만 했습니다.

“아직 얼마나 남았지.”

“오늘 왜 이렇게 힘들지.”

“이쯤 뛰었으면 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돌았습니다. 그런데 음악이 나오니까 이상하게 그 생각들이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노래의 박자에 따라 발이 움직이다 보니까 시간 가는 것도 덜 신경 쓰이더라고요.

숨은 여전히 찼습니다. 다리도 똑같이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덜 지루했습니다. 그런데 그 차이가 꽤 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은 몸만 움직인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음도 같이 움직여야 오래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노래 따라 기분도 달라졌습니다

그 뒤로는 달리기 전에 음악을 준비하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웃긴 건 달리면서 항상 신나는 노래만 듣는 건 아니었습니다.

어떤 날은 빠른 노래를 들으면 발이 가벼워졌습니다. 괜히 속도도 조금 붙는 느낌이 들었고, 몸도 덜 처지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퇴근하고 피곤한 날에는 그런 노래가 도움이 됐습니다.

반대로 조용한 노래가 더 편한 날도 있었습니다. 비 오는 저녁이나 괜히 생각이 많은 날에는 너무 시끄러운 음악보다 잔잔한 노래가 더 잘 맞았습니다. 그런 날은 기록 같은 건 신경 안 쓰고 그냥 천천히 뛰면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예전에는 달리기를 운동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몸 관리하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달리기를 하다 보니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하루 동안 복잡했던 생각이 좀 정리되는 느낌이 더 컸습니다. 음악 들으면서 뛰다 보면 괜히 혼자 생각 정리할 시간도 생기고, 아무 말 안 해도 되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게 은근히 달리기를 오래 하도록 만드는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달리는 시간이 덜 외로워졌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음악과 함께 달리기가 달라진 경험이라는 게 기록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기록은 크게 차이 안 났습니다.

그런데 달리는 시간이 덜 지루하고 덜 외로워졌습니다.

혼자 뛰다 보면 괜히 공원 소리만 크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숨소리, 발소리, 바람 소리 같은 게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런 날은 시간이 더 안 갔었거든요.

그런데 음악을 들으면서 다리면 그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누가 옆에 있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혼자라는 느낌이 덜 들곤 했습니다.

특히 밤에 달릴 때 그 느낌이 더욱 컸습니다. 어두운 공원 트랙을 돌다 보면 괜히 기분이 축 처질 때가 있는데, 익숙한 노래 하나 나오면 또 발이 조금 더 쉽게 움직였습니다.

그게 별거 아닌데도 꾸준히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근데 또 너무 의지하면 허전했습니다

한동안은 이어폰 없으면 아예 달리기가 싫은 기분이 드는 날도 있었습니다. 음악 없이 뛰면 괜히 심심하고, 달리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일부러 이어폰 없이 나가봤습니다. 처음엔 엄청 어색했습니다. 발소리만 들리고 숨소리만 크게 들리니까 괜히 더 힘든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그렇게 몇 번 뛰다 보니까 나름 괜찮았습니다. 음악 없이 뛰면 주변 풍경이 더 잘 보이는 날도 있었습니다. 바람 소리 들으면서 뛰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꼭 음악에만 의지하지는 않습니다. 기분 따라 다르게 합니다. 어떤 날은 음악 들으면서 뛰고, 어떤 날은 음악 없이 그냥 조용히 뜁니다.

결국 달리기는 혼자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또 완전히 혼자 있고 싶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음악 같은 걸 옆에 두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도 달리기 나가기 싫은 날은 많습니다. 몸 무거운 날도 있고, 그냥 소파에 누워 있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어폰 챙기고 밖에 나가면 이상하게 또 조금은 달리기를 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달리기를 오래 해야 의미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냥 흐름 안 끊기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음악도 결국 그 흐름을 이어주는 역할 정도인 것 같습니다.

억지로 잘하려고 하면 금방 지치는데, 그냥 오늘 기분에 맞춰 뛰면 조금 덜 부담스럽습니다. 그게 저한테는 더 오래 달리기를 지속하게 하는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흐름으로 달리기와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아래 글에서도 이어집니다.

함께 보면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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